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신냉전’의 서막이라는 우려가 들려온다.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려는 러시아의 시도가 옛 냉전시대의 대립을 부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벌써 안보를 강조하며 군비를 증강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전쟁의 아픔이 되살아나는 6월을 맞이했다. 한반도에도 긴장감이 감도는 이때, 새로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태도를 보여줄 것인가?

이에 「기독교사상」 6월호에서는 특집 “한국전쟁에 대한 국내외 반응—평화운동인가 군비확장인가”를 준비했다. 6월을 맞아 한국전쟁의 비극을 기억하며, 평화를 외친 사람들의 목소리를 돌아보는 세 편의 글을 실었다. 각각의 글에서는 김재준 목사의 ‘탈(脫) 6·25’론과, 일본의 평화운동, 독일교회의 재무장 논쟁을 살펴본다. 이번 특집을 통해 독자들은 냉전의 기운이 감도는 지금의 세상에 교회가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집 요약

 

1. 김재준의 ‘탈(脫) 6・25’론

 

고지수 박사(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는 6·25 이후 국내에서 일어난 평화운동의 흐름 중 하나로 김재준의 ‘탈(脫) 6·25’론을 소개하였다. 김재준은 유신 시기에 캐나다로 이주하여 국제적인 민주화운동을 펼쳤다. 필자는 당시 김재준이 쓴 여러 글을 인용하며 김재준이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그가 쓴 “기독교적 건국이념”에서는 미국과 소련, 영국의 정책과 사상을 균등하게 참고하자는 주장이 담겼다. 김재준의 다른 글에서는 공산주의에 대한 열린 인식뿐 아니라 한반도의 분단의 원인이 미-소의 이해관계에 있음을 주장한 ‘분단 외인론’과, 복수심과 피해 경험을 딛고 평화와 화해로 서로를 대하자는 ‘탈 6·25’론이 드러난다. 필자는 글을 마무리하며 화해를 향한 김재준의 사상을 다시금 강조했다.

 

2. 한국전쟁과 일본 교회의 평화운동

 

이상훈 박사(일본 관서학원대학 교원)는 이 글에서 일본 기독교계의 대표적인 신문·잡지를 살피며 한국전쟁이 일본 사회와 기독교 평화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폈다.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일본에서는 평화헌법이 제정되는 등 사회 및 교계 전반에 걸쳐 평화운동의 흐름이 지배적이었다. 그 논의의 중심은 강화 체결의 방식이었다. 이어서 필자는 한국전쟁 이후 일본 기독교계의 평화운동을 소개한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되자 일본의 평화운동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경찰예비대의 창설을 시작으로 재군비화 검토가 시작되었다. 이에 일본 교계는 다양한 입장을 보인다. 기존에 주장하던 전면 강화를 일부 양보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절대적 평화주의를 추구하는 입장도 존재했다. 필자는 일본 교계의 각 단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표명했는지를 검토하고 총평하며 글을 마쳤다.

 

3. 한국전쟁 발발과 독일교회의 재무장 논쟁

 

강혁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 강사)는 한국전쟁 이후 일어난 독일교회의 재무장 논쟁에 대해 다루었다. 필자는 먼저 논쟁의 배경을 설명한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서독 총리 아데나워는 한국전쟁으로 소련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을 서독의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재무장을 주장하는 안보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의 내용에 항의하며 당시 독일개신교회(EKD) 회장이던 내무장관 하이네만이 사임하며 본격적인 독일교회의 재무장 논쟁이 시작되었다. 필자는 이 논쟁을 재무장에 찬성하는 독일 루터교 주류와 평화주의를 주장하는 고백교회 그룹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필자는 전자의 인물로 오토 디벨리우스, 오이겐 게어스텐마이어의 주장을 검토하고, 후자의 인물로 마르틴 니묄러, 헬무트 골비처 등의 주장을 소개한 뒤 점점 논쟁이 확산되어 정치투쟁으로 번진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서독은 한국전쟁 발발 5년 만에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며 재무장을 완성한다. 글을 마치며 필자는 이러한 독일교회의 노력을 아직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오늘, 한국교회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 주목할 만한 글

[자료 소개] 6·25전쟁 초기 기독교의용대의 창설과정

6‧25 전쟁 초기 우리나라가 수세에 처해 있을 때, 기독교 청년들로 구성된 ‘기독교의용대’(소위 ‘십자군’)가 전선에 투입되었다든가 기독교 지도자들이 의지만 앞세워 이들을 결국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이 부대에 참여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이들의 편지 등을 통해 이 부대의 창설과 이후의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의 거짓 정보들을 가려내고 그 진실을 들어보자.

 

차 례

 

권두언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 박경수

 

특집 – 한국전쟁에 대한 국내외 반응–평화운동인가 군비확장인가

· 김재준의 ‘탈(脫) 6‧25’론 / 고지수

· 한국전쟁과 일본 교회의 평화운동 / 이상훈

· 한국전쟁 발발과 독일교회의 재무장 논쟁 / 강혁

 

교회와 현장

· 김용복의 민중신학 / 권진관

· [나의 목회 수기] 47년 목회를 돌아보는 다섯 시, 다섯 이야기 / 서성환

· [자료 소개] 6‧25전쟁 초기 기독교의용대의 창설과정 / 김병섭 외

 

성서와 설교

· [바울의 칭의론을 통해 사유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유’ 01] 새로운 자유 개념이 필요하다 / 장양미

· [잠언의 역사적·문학적 콘텍스트 06] 이방 여인 이미지 해체하기(잠 5:1-14) / 권지성

 

문화, 역사, 신학

· 6‧25전쟁 시기 부산지역 기독교의 현황과 변화 / 이종민

· 분단 극복의 길을 ‘용서’와 ‘화해’로 제시한 전영택의 <소> / 표언복

· [충청·호남 지역의 기독교 수용 03 (마지막회)] 강경 객주와 기독교 / 송현강

· [나의 박사 논문을 말한다] 아편전쟁 이전 초기 개신교 선교사들의 시대적 역할 / 황예렘

 

책마당

· 김흥수·안교성의 『잊혀진 우리 이야기, 아시아 기독교 역사』와 안교성의 『아시아 신학 산책』

오래되고 새로우며 만화경같이 다채로운 아시아 기독교사와 신학 이야기 / 서원모

· 더 케어 컬렉티브의 『돌봄 선언: 상호의존의 정치학』

신자유주의를 넘어 보편적 돌봄사회로 / 손병돈

· 라이언 버지의 THE NONES: Where They Came From, Who They Are, and Where They Are Going

탈종교인구 ‘넌즈’의 시대를 말한다 / 박정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