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재즈피아니스트 이혜미의 첫 번째 찬송가 연주 정규 앨범이다. 전통적인 4성부 대신 특유의 코드웍과 보이싱으로 빚어낸 그녀만의 고백이 담겨 있다. 그녀의 고백은 나의 기도이기도 하고, 어머니의 추억이기도 하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 곡조는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려 주는 촉매가 되기도 하고, 오늘을 사는 나의 고백이 되기도 하며, 내일을 향한 기도와 다짐이 되기도 한다.

“His Melody”는 그렇게 애착과 연습으로 무장된 연주자에 의해 호수가 보이는 춘천의 한적한 스튜디오에서 원 테이크로 녹음되었다. 일반적으로 믹싱이라 불리는 후반 작업에서조차 아무런 에디팅도 이펙트도 거치지 않았다. 그러니 듣기에 따라서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인공감미료 맛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천연 재료로 만든 음식이 그렇듯, 컴퓨터로 손을 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연주를 내 놓은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인위적 자극 없이 피아노와 연주자 둘만으로 만들어낸 솔직한 음악이니 만큼, 쉬이 질리지 않고 한동안 내 재생목록을 독점할 듯하다.

그가 내러티브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을 필자는 절제된 세련미라 하겠다. 눌러진 건반과 눌러지지 않은 건반이 함께 만드는 화성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 최근 출간된 이 앨범의 스코어북에 의하면 체르니 30번을 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면 연주하는 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니, 관심 있는 연주자라면 도전해 봄직도 하다(물론 듣는 것과 연주하는 것의 간극에는 적지 않은 인내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미리 밝혀둔다).

창 밖 먼 산 보며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니 각 곡조에 얽힌 옛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어릴 적 살았던 동네, 다니던 교회, 그리고 그 때 그 사람들. 어머니를 모시는 차 안에도 나지막이 이 앨범을 틀어놓을 생각이다. 아마 우리 어머니, 별 말씀 없이 흥얼흥얼 하실 게다. 차창 밖 바라보시며, 옛날 생각 하시면서.

천세평(만학도)

차례

1. 내게 있는 모든 것을
2.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3.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4. 주 안에 있는 나에게
5. 주 예수님 내 맘에 오사
6. 선한 목자 되신 우리 주
7. 오 신실하신 주
8. 구주와 함께 나 죽었으니
9.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데서
10. 주와 같이 길 가는 것
11. 내 영혼이 은총입어
12. 십자가를 질 수 있나
13. 참 아름다워라
14. 죄짐을 지고서 곤하거든
15. 너 예수께 조용히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