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호 특집 기독교 여성주의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 가해자의 말이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2018년 미투 운동, 2020년 N번방 사건 등을 지나며 우리 사회에는 페미니즘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사회는 빠르게 변해가며 ‘젠더 감수성’을 요구하고 있고,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성폭력 판결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등 여성주의는 보편화되었다. 특히 젊은 여성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여전히 여성 목사안수를 반대하는 교단이 있는가 하면 여성에게는 담임목사 청빙 기회를 주지 않는 등 명시적이고 미묘한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 청년 그리스도인들은 바뀌지 않는 교회의 모습을 보며 신앙을 지키기 위해 교회를 떠나고 있다. 우리 교회의 씁쓸한 현주소이다. 정말 희망이 있을까?

이에 「기독교사상」은 2월호 특집으로 “기독교 여성주의”를 마련했다. 첫 번째 글에서는 기독교 여성주의가 한국교회의 담론이 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고 그 실태를 낱낱이 고발하였고, 두 번째 글에서는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여성 청년 그리스도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원인을 살펴보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였다. 마지막 글에서는 교회에서 여성 목사들이 겪는 차별의 실태를 살펴보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적인 사유를 전개하였다.

독자들은 이번 특집을 통해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성별 불평등, 가부장적 체제의 모순과 실태를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사유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타고난 모습 그대로 살 수 있는 평화와 가능성의 세상에서 산다고 상상해보라.” 페미니스트 운동가 벨 훅스(bell hooks)의 사유가 하나님 나라와 멀지 않다. 이번 특집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이 여성주의적 사유에서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란다.

특집 요약

1. ‘기독교 여성주의’는 왜 한국교회의 내부 담론이 되지 못했나

백소영 교수(강남대학교)는 이 글에서 기독교 여성주의가 한국교회의 담론이 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며 그 실태를 낱낱이 드러낸다. 먼저 필자는 주요 원인을 한국의 근대사에서 찾는다. 권력을 획득한 주체들이 ‘우선성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며 한 가지 우선 과제만을 중시하고 다른 언어를 억압했는데, 그 과정에서 주류 담론은 ‘정상’, ‘진리’가 되고, 다른 발화는 이단으로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필자는 미국 기독교가 68혁명 당시 불었던 반(反)문화운동에 반대하여 신복음주의 흐름을 일으켰고 이것을 담론화 과정 없이 받아들인 우리나라는 페미니즘을 반신앙적 이단 사상으로 적대시하며 배제하게 되었다고 꼬집는다. 이후 ‘온건한 가부장제’ 담론이 남녀의 기능적 위계를 정당화하며 여성주의는 더욱 설 자리가 없어졌다. 사회는 변해가고 있지만 교회는 제자리를 맴도는 현실에서, 필자는 자괴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필자는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창조하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 여성 제자직을 인정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헌신, 새로운 사상을 담도록 힘 주시는 성령의 역사를 믿기에, 포기하지 않는다. 계속하여 새로운 여성관(인간관)을 만들어내자고 촉구한다.

2. 여성 청년 그리스도인, 신앙을 지키기 위해 교회를 떠나다

오수경 대표(청어람ARMC)는 이 글에서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여성 청년 그리스도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와 현실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가치와 세계를 모색하고자 한다. 먼저 필자는 페미니즘 이슈 북클럽에서 만난 이들의 말을 인용한다. 이들은 교회에 대해서 “재미는 없지만 의무는 있는 곳”, “편안함은 없고 ‘충고, 조언, 평가, 판단’에 매번 노출되는 곳”, “구려”, “노잼”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 이후로 사회는 페미니즘을 학습하며 젠더 감수성을 키워가고 있지만, 교회는 여전히 정상가족 중심의 가부장적 체계를 고수하며 페미니즘을 불온시한다는 것이다. 이에 여성 청년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교회를 떠나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있다.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즉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하며,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고민과 실천 또한 신앙의 모습이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인용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진리를 페미니즘에서 읽을 수 있다며, 그것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와 같은 모습이라고 강조한다.

3. 여성도 목사가 될 수 있는 시대

김혜미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는 이 글에서 여성 목사들이 겪는 차별의 실태를 돌아보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적, 희망적 사유를 전개한다. 먼저 필자는 아직도 몇몇 교단에서 ‘성경적인’ 창조질서를 운운하며 여성 목사안수를 반대한다면서, 한국 여성이 겪는 불평등이 특히 교회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전한다. ‘여성이 목사일 리 없다.’는 편견에 시달리며, 소득 불평등, 담임목사 청빙 기회 제한, 의결 기구에서의 배제 등 많은 차별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필자는 미국의 한 연구를 언급하며, 여성 목사가 남성 목사보다 더 높은 회복탄력성을 지닌다고 한다. 정말 웃픈(?) 얘기이지만, 참고 견디며 인내한 시간이 회복탄력성을 높여준 것일까? 실제로 현장에서 훌륭한 선후배 여성 목사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기를 주저하지 않고, 특히 젊은 여성 목사들의 목소리가 아주 기발하고 창의적이기에, 필자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도나 해러웨이가 제시한 ‘반려종’ 개념을 인용하며,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함께-살아간다’고 강조한다. 남성중심주의, 인간중심주의 등 오늘날의 모든 차별을 넘어 모든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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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할 만한 글: “북미 사회의 임신중지: 정치와 종교 사이”

2024년 연말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율 1위를 달린다고 한다. 북미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정치/사회의 지형이 빠르게 우편향 되어가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의 중심인 북미 사회를 정확히 직시하고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번 호부터 몇 차례에 걸쳐 “북미 사회의 이슈와 기독교의 반응”이라는 제목의 연재를 시작한다. 캐나다 연방정부 통계청에서 일하는 사회통계분석관의 시선으로 북미 사회의 이슈를 가까이서 다뤄보고자 한다. ‘건강, 이민, 노동, 종교’ 등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연구자의 시선이 돋보이는 연재가 될 것이다. 종교가 정치/사회와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관련하여 어떤 역사의 발자취를 걸어왔는지 살펴보며 올바른 종교의 역할,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