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구약의 역사서는 지금도 예수 그리스도의 신임장을 들고 우리에게 나타나 우리의 복종과 충성을 요구하는 하나님의 첫 계시의 말씀이다. 신약이 하나님의 마지막 계시라고 한다면 구약은 하나님의 첫 번째 계시이다. 구약의 역사서는 히브리어로 히브리인들에게 주어진 히브리 진리(Hebraica Veritas)를 담고 있다.”

구약의 역사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구약의 역사서는 단순히 과거에 팔레스타인 땅에서 있었던

이스라엘의 역사를 담은 역사 보고서(historical report)가 아니다.”

그동안 구약 역사서를 주로 역사적-도덕적 교훈을 보여주는 예화들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과거 이스라엘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글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성경 본문 자체가 가진 메시지를 읽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구약 역사서 본문은 설교자나 독자가 읽으면서 스스로 메시지를 만들어 내야 하는 원재료(raw material)가 아니라 이미 해석된 메시지(interpreted message)라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성경에 대한 문예적 접근과 정경적 해석법이 개혁주의와 복음주의권 안에서도 용인되고 발전되면서, 구약 역사서 본문을 그 자체로 계시의 말씀으로 생동감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본서는 역사 지향적인 접근(historically oriented approach)보다는 본문 지향적 접근(text oriented approach)을 통해 구약 역사서 각 권의 저자, 저작 시대, 독자 같은 역사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주로 본문의 의미 창출 메카니즘을 따라 문예적-신학적 측면을 드러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역사서 각 권의 구조, 패턴, 플롯, 등장 인물, 성격 묘사 등과 같은 문예적 기법들이 어떻게 본문의 의미를 드러내는지를 주로 나타내려고 하였다. 그런 점에서 본서는 “구약 역사서의 문예적-신학적 서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신학서적으로서도 결코 만만하지 않은 분량이지만, 일반 평신도들이나 신학생이 보아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목차]

서문

Part 1서론적 이야기

1장. 계시, 성경 그리고 역사

성경은 어떤 책인가? / 그런데 왜 하필 역사로 계시하셨는가?

2장. 역사서의 명칭, 범위, 성격

역사서의 명칭 / 역사서의 범위 / 역사서의 성격

Part 2가나안 정복과 사사 시대

3장. 여호수아서

사랑도 많이 받고 오해도 많은 책 / 여호수아서의 문예성과 구조 / 가나안 입성 : 요단을 건너라 / 가나안 정복 : 땅을 취하라 / 가나안 땅 분배 : 분배하라 / 미래의 문제 : 섬기라 / 여호수아서의 정경적-신학적 의미

4장. 사사기

1. 사사기의 르네상스 / 통일된 스토리 / 전체 구조 / 서곡 : 사명 미완수의 스토리 / 사사기의 7악장 : 징계와 구원 / 옷니엘 : 샬롬과 엔샬롬의 방정식 / 에훗 : 난 왼손잡이야 / 드보라 : 내가 이스라엘의 어미가 되었도다 / 기드온 : 여룹바알이여, 바알의 단을 헐라 / 적 사사 (anti-judge) 아비멜렉 : 폼 잡는 가시나무 / 입다 : 너는 나를 괴롭게 하는 자라 / 삼손 : 사자보다 강하나 꿀에 약한 삼손/ 사사기의 코다 (Coda) : 종교적 혼란과 도덕적 부패 / 사사기의 정경적-신학적 의미

5장. 룻기

사사기와 사무엘서 가운데 있는 진주 같은 보석 / 룻기의 구조 / 서막과 1막 : 나오미를 텅 비게 만든 재난의 원인은 여호와인가? / 제2막 : 여호와의 인애 / 제3막 : 룻의 인애 / 제4막 : 보아스의 인애 / 결미 : 채워진 나오미 / 룻기의 정경적-신학적 의미

Part 3왕정 시대

6장. 사무엘서

서론적 이야기들 / 사무엘서의 구조 / 한나의 기도와 노래 그리고 사무엘의 등장 / 언약궤 내러티브 : 여호와 앞에 누가 능히 서리요 / 백성들의 왕 요구 / 사울 왕정의 실패 / 다윗의 등장 / 다윗의 왕권 확립과 공고화 / 다윗 왕권의 위기와 극복 / 부록 / 사무엘서의 정경적-신학적 의미

7장. 열왕기

서론적 이야기 / 열왕기의 거시 구조 / 솔로몬 내러티브 / 분열 왕국 이야기 / 엘리야 내러티브 / 엘리사 내러티브 / 남방 유다의 역사 / 열왕기의 정경적-신학적 의미

Part 4바벨론 포로 후

8장. 역대기

역대기에 대한 새로운 이해 / 역대기의 역사적 배경 / 역대기의 삼부 구조 / 족보 : 회복된 공동체의 사랑은 창조로부터 포로 후까지 / 다윗 통치 : 다윗 언약의 중요성 / 솔로몬의 통치 : 성전에서 기도하면 죄를 사하고 땅을 고치리라 / 분열 왕국 시대 : 다윗 언약과 성전의 중요성 / 역대기의 정경적-신학적 의미

9장. 에스라-느헤미야서

제2성전 공동체의 역사적 배경 / 에스라－느헤미야서의 중요성 / 에스라－느헤미야서의 구조 / 하나님의 집을 건축하라 / 귀향민들의 명단은 무명의 백성들의 기념탑 / 하나님의 집의 건축 1단계 : 성전 재건 / 하나님의 집의 건축 2단계 : 거룩한 공동체 재건 / 하나님의 집의 건축 3단계 : 예루살렘 성벽 재건 / 하나님의 집의 완공 축하 : 지속적 회복과 갱신 / 에스라－느헤미야서의 정경적-신학적 의미

10장. 에스더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책/ 시대적 상황과 장르 / 에스더서의 플롯 / 구조와 메시지 / 문예성과 주제 / 에스더서에 하나님의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은 이유 / 에스더서의 정경적-신학적 의미

Part 5결론적 이야기

11장. 역사서의 목적

공동체의 기억의 중요성 / 하나님의 백성의 정체성, 소명 그리고 운명

참고 문헌

[본문 중에서]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은 각자 나름대로 역사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은 출생, 성장 과정, 교육, 결혼, 직장 생활(경력), 교회 생활, 가정생활에 관한 자기 나름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모든 국가 역시 건국에 관한 이야기와 외침이나 환란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한 인물들에 대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같이 각 사람과 각 민족이 나름대로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가 각 사람과 각 민족의 정체성(identity)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과거의 역사를 잃어버리는 기억상실증(amnesia) 환자들은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기 정체성은 의식(consciousness)이나 지능(intelligence)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억(memory)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만의 독특한 삶의 스토리는 우리의 독특한 정체성을 보여 준다. 내가 경험한 이야기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사는지를 결정하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 과거의 역사에 의해 내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나 자신을 형성시킨 사건들, 체험, 다른 이와의 관계를 자기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잘 아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아는 것은 나의 삶의 전체 스토리를 얼마만큼 많이 아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중략)

이것은 하나님의 백성들도 마찬가지이다. 피부색과 인종과 언어가 달라도 구약의 이스라엘의 역사를 나의 역사로 받아들이면 하나님의 백성으로 재형성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방법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에서도 기억하라고 자주 명하는 것이다…(중략)

성경 기자들은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기술함으로써 이 역사를 통해 우선 하나님을 알고, 그다음에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자신의 독특한 정체성을 깨닫고, 역사 안에서 자신들의 소명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그 소명을 감당하지 못할 때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알도록 역사서를 기록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구약 역사서는 하나님은 누구이시며 하나님의 백성은 누구인지를 알려 주기 위해 하나님의 백성의 역사를 성령의 감동을 받아 기록한 계시의 말씀인 것이다. 지금도 하나님은 다양한 수많은 민족들로 이루어진 신약 교회 신자들이 이 구약 역사를 자신의 스토리로 받아들임으로써 하나님의 백성으로 재형성되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구약 역사서의 스토리를 자기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그 세계 속으로 들어와서 살도록 우리를 초청하고 계시는 것이다. _ 본문 중에서

[저자 소개]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총신대 신학과(B.A.)와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 미시간 주의 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학 석사(Th.M.) 학위를 획득하였다. 다시 대서양을 건너 네덜란드 Kampen Theological University에서 삼손 스토리의 구조 분석으로 신학 박사 학위(Th.D.)를 취득하였고, 동 대학에서 3년간 네덜란드 정부 지원 연구조교(AIW; Research Assistant)로 연구하였다. 1993년 귀국하여 현재 총신대학교 교수로 강의하고 있으며 한국 복음주의 구약신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부산 수영로교회 협동목사이며, 여러 교회에서 설교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박사 학위 논문인 ‘The Structure of the Samson Cycle’ (Kampen: Kok Pharos, 1993)을 비롯해서 『언어의 직공이 되라』(생명의말씀사, 1996), 『오직 여호와만이 우리의 사사』(생명의말씀사, 1999), 『거룩하신 여호와 앞에 누가 능히 서리요』(생명의말씀사, 2009), 『여호와의 날개 아래 약속의 땅을 향하여』(생명의말씀사, 2016), 『데칼로그』(생명의말씀사, 2016), 『룻기,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생명의말씀사, 2018), 『너와 네 온 집은 방주로 들어가라』(생명의말씀사, 2019), 『하나님의 백성이 전 생애로 대답해야 할 6가지 질문』(죠이선교회, 2009) 등이 있다. 그 외에 『윌리암 휘스톤』, 『요세푸스 전집(전4권)』(생명의말씀사) 등 다수의 역서와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