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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
혹자는 칼빈이 계시록 주석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 성경 전체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성경은 짝이 있는데, 칼빈이 계시록 주석을 못 쓴 것은 계시록의 짝인 다른 성경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증거라고 했다. 그러나 칼빈이 계시록 주석을 쓰지 못한 것은 계시록을 몰라서가 아니다. 칼빈은 1564년에 죽었는데, 죽기 전에 <다니엘서 주석>(1561)을 쓴 것으로 보아, 아마 그 다음에 칼빈이 주석하지 않은 유일한 책인 계시록 주석을 썼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칼빈은 계시록 주석 작업을 미루었을까? 아마 그 이유는 당시 계시록을 잘못 사용한 사람들 때문에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많은 이단들이 계시록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계시록을 해석하는 일은 이렇듯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최근까지도 같은 개혁주의신학의 입장을 고수해 온 학자들 간에도 이견이 분분하다. 예를 들면, 천년왕국설에 대해서 무천년설, 전천년설, 그리고 후천년설까지 다양하게 주장한다. 계시록을 이해하는 일이 과거에는 물론이거니와 오늘날에도 어려움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이 책은 부분적 과거주의(Partial Preterism) 입장에서 쓰여진 계시록 강해서이다. 이미 필자는 이러한 입장의 대표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는 James B. Jordan의 Studies in the Revelation을 『계시록의 구속사적 연구』(서울: 그리심, 2005)로, David Chilton의 Paradise Restored를 『낙원의 구속사』(서울: 그리심, 2006)로 번역하여 소개한 바 있다. 자신의 계시록 주석의 신학적 서론격인 Paradise Restored를 쓴 이후, Chilton은 계시록 주석인 The Days of Vengeance (Ft. Worth: Dominion Press, 1987)를 썼는데, 이 강해서는 Chilton의 주석을 토대로 한 것임을 밝힌다.
이 책은 계시록의 신학과 강해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간략한 신학적 개관을 한 후에 본격적인 강해를 시도할 것이다. 제1부 계시록의 신학을 통하여, 부분적 과거주의 입장의 계시록 이해를 간략하게 소개할 것이다. 이런 신학적 개관에 앞서, 제1장 ‘계시록의 해석사’ 통하여, ‘부분적 과거주의’ 대하여 주목해야 할 당위성을 찾을 것인데, 이것이 교부들의 계시록 이해에 가장 근접한 해석 방식으로 믿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구속사적 성경해석의 ‘확대해석방법’(Interpretation Maximalism)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경적 상징주의 해석법’ (Biblical Symbolism)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 후, 제2장에서는 이런 부분적 과거주의 입장에서 계시록에 대한 전반적인 ‘신학적 개관’을 할 것이다. 제1장 ‘계시록 해석사’는 <목회와 신학>(2005. 3)에 실린 글들을 수정 보완한 것이고, 제2장 가운데 蹈饔첨舅« 구조爛¬ <진리논단 10호>에 실린 것을 새롭게 정리한 것이다.
이렇게 제1부를 통하여 계시록의 신학을 살펴본 후에, 제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구속사적 입장에서 蹈饔첨 강해辣¶ 시도할 것이다. 이 강해는 처음부터 출판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필자가 교회에서 한 구어체 설교들을 바탕으로 독자들을 배려하여 문어체로 바꾸었기에 문체상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다. 또한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좀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독자들을 위하여 각주를 첨가했다. 처음부터 논문을 쓴 것을 모은 것이 아니라 독자들을 위한 각주이므로 각주의 누락이나 중복, 혹은 각주가 적절하지 못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이 점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필자의 멘토이신 황창기 박사께선 逃냠만¶ 위한 신학藍ª 강조하셨다. 필자가 계시록을 연구한 것은 단순한 신학적 흥미나 어떤 필요 때문이 아니라, 스승님의 가르침을 따라 말씀을 통해 교회를 섬기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때로 獨낢넝가 아닌 적용이 부족한 獨낯暫으로 끝이 난 적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계시록의 말씀이 열려지기를 함께 기도하며 말씀을 받아온 성도들에게 감사드린다.
신학이 있는 설교를 꿈꾸어왔다. 그 신학은 의문에 속한 죽은 정통이 아니라, 생명있는 신학이기를 불같은 소원을 가지고 기도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필자가 섬기고 있는 백석대학교의 설립자 장종현 박사님께서 蹈냘寵聆« 생명신학藍ª 주창하신 것에 감사드린다. 죽어 있는 개혁신학을 살리고자 하는 이러한 바람은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임을 확신한다. 이 부족한 사람의 서툰 글이 개혁주의 생명신학의 끝자락에서 미약하나마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투박한 글을 보기 좋은 책으로 만들어준 그리심 출판사의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끝으로 타자를 치며 도와준 학생들과 책이 나올 때마다 같이 즐거워하는 가족들과 작은 기쁨을 나누고 싶다. 이 책이 성경을 사랑하고 연구하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Soli Deo Gloria!
2011. 9. 25
이 동 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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